한때 혼다의 ‘ASIMO’, 소니의 ‘QRIO’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본이 산업화 실패와 전략 부재로 인해 미국, 중국, 유럽의 후발주자들에게 선도권을 내주는 형국으로 나타났다.
뛰어난 기술력 불구, 잇단 사업 철수·산업용 로봇 편중 등 사업화 뒤처져
韓 정부 R&D 지원 지속, 실질적 수요 기반 전략적 기획으로 차별화해야
지난 수십 년간 로봇 기술 분야의 강자로 군림해온 일본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가 융합된 차세대 산업·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주도권을 점점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이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질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전략적 기획과 실행력으로 차세대 로봇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KOTRA 도쿄무역관이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격변기, 일본의 준비 상태는?’이라는 리포트에 따르면 한때 혼다의 ‘ASIMO’, 소니의 ‘QRIO’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본이 산업화 실패와 전략 부재로 인해 미국, 중국, 유럽의 후발주자들에게 선도권을 내주는 형국으로 나타났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형상과 움직임, 인지 능력을 모방하는 로봇으로, 제조업·물류뿐 아니라 요양, 의료, 서비스, 심지어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딥러닝 기반의 강화학습 기술과 정밀한 센서 및 액추에이터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러한 로봇들은 단순한 시연 수준을 넘어 실용화를 향해 급속히 진화 중이다.
반면에 정작 산업용 로봇 강국 일본은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오랜 기간 로봇 기술의 연구개발을 주도해 온 국가로, 세계 로봇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외형과 지능을 갖춘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WABOT-1’은 1973년 와세다대학교에 의해 개발됐다.
이 로봇은 간단한 대화를 수행하고 이족 보행이 가능했으며, 인간의 약 1세 6개월 수준에 해당하는 능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1990년대에는 산업용 로봇의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인간형 로봇 개발이 활발히 전개됐으며, 2000년대 초에는 혼다가 ‘ASIMO’, 소니가 ‘QRIO’를 개발하며 일본 기업들이 연구개발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했다.
이렇게 기술력은 갖췄지만, 대기업의 잇단 사업 철수, 수익성 중심의 산업용 로봇 투자 편중, 스타트업 생태계 부진 등으로 인해 상용화와 사업화 단계에서 뒤처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Figure AI, Tesla, Boston Dynamics, XPENG Robotics 등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일본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개발 중인 각국 휴머노이드 로봇(자료 : SOMPO Institue Plus Report)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오히려 기회는 한국에게 열려 있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휴머노이드 분야는 기술력뿐 아니라 적응력, 협업 능력, 품질 중심 전략 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저가 전략’보다 ‘신뢰와 정밀성’ 중심의 중장기적 진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은 보수적이지만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고, 일정 신뢰를 구축하면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형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드웨어 안정성, 고장률, 유연한 협력 모델 등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배터리·센서 등 로봇 구성 핵심 부품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AI 기술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로봇 산업 육성 정책이 맞물리며,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및 R&D 지원을 지속해야 하며,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질적 수요에 기반한 활용 모델, 예컨대 의료 요양, 재난 구조, 원격 관광 등을 발굴해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이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에 실패한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이 전략적 기획과 실행력으로 차세대 로봇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의지와 전략의 싸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