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특허청(EPO)의 ‘기술 대시보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특허 출원은 20만1974건으로 처음 20만건을 넘었다. 한국 기업과 발명가의 출원은 1만4355건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해 국가별 5위를 유지했다. 배터리와 디지털 통신, 반도체가 증가세를 이끌었고, 삼성은 2년 연속 EPO 최대 출원 기업, LG는 3위에 올랐다. 서울·수원·용인 등 국내 주요 도시의 존재감도 확인됐다. 한국의 유럽 특허 전략이 개별 기술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한국 출원 9.5% 늘어 상위 10개국 중 두 번째 성장률
유럽 특허 출원이 처음으로 연간 20만건을 넘긴 가운데, 한국 기업과 발명가의 출원도 큰 폭으로 늘며 존재감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와 디지털 통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출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유럽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과 권리 확보 움직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특허청(EPO)은 2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연례 보고서 ‘EPO 기술 대시보드 2025’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유럽 특허 출원은 20만1974건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연간 출원 건수가 20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출원 건수는 1만4355건으로 9.5% 늘었고, 국가별 순위는 3년 연속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증가세는 특정 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배터리가 포함된 전기기계·장치·에너지로, 한국은 이 분야 최대 출원국이었다.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26.0% 늘어 EPO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배터리 세부 분야에서도 한국의 점유율은 2021년 22%에서 지난해 35%로 높아졌고, LG와 삼성, SK가 출원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디지털 통신 역시 전년보다 22.1% 증가하며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컴퓨터 기술과 인공지능, 반도체에서도 한국 기업의 활동은 이어졌다. 컴퓨터 기술 출원은 소폭 감소했지만 한국은 세계 5위를 유지했다. AI 세부 분야에서는 삼성과 LG가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도체 분야 출원은 921건으로 7.8% 증가해 유럽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은 해당 분야 유럽 출원 1위, LG는 4위에 올랐다. 계측·측정기술과 운송 분야에서도 높은 증가율이 나타나 출원 포트폴리오가 넓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산업별 수요와도 맞물린다. 배터리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디지털 통신은 차세대 네트워크, 반도체와 AI는 전자·정보기술 산업 전반과 연결된다. 한국 기업들이 유럽에서 권리 확보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완성품 경쟁뿐 아니라 핵심 부품, 통신 인프라, 데이터 처리 기술을 둘러싼 국제 경쟁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지난해 5337건으로 2년 연속 EPO 최대 출원 기업에 올랐고, LG가 4464건으로 3위를 차지한 점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도시와 연구기관 단위의 움직임도 확인됐다. 서울은 6466건으로 세계 6위, 수원과 용인도 세계 상위 15위권에 포함됐다. 서울대는 유럽 특허 출원 52건으로 대학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2023년 도입된 단일특허 제도의 활용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5년 기준 전체 유럽 특허의 28.7%가 단일특허로 등록됐고, 한국 특허권자에게 부여된 유럽 특허 가운데 19.1%도 이 제도로 전환됐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유럽 특허 전략이 일부 대기업 중심의 단일 기술 경쟁을 넘어 배터리, 통신, 반도체, 측정기술 등 복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내 특허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출원 확대는 시장 선점과 기술 방어를 동시에 겨냥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단일특허 제도 활용이 더 늘어날 경우 한국 기업의 유럽 지식재산권 확보 방식에도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