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엔비디아·TSMC·폭스콘 수장을 잇달아 만나며 SK하이닉스의 전략적 방향을 공식화했다. 단순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Stack AI Memory Creator)’로의 전환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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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은 최태원 회장(왼쪽)과 젠슨 황 CEO(오른쪽)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 GTC Taipei·COMPUTEX 2026 참석 후 TSMC·폭스콘 연쇄 회동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 비전 선언, cHBM·HBF·3D DRAM 3단계 로드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엔비디아·TSMC·폭스콘 수장을 잇달아 만나며 SK하이닉스의 전략적 방향을 공식화했다. 단순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Full-Stack AI Memory Creator)’로의 전환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행보다.
■ 나흘간 세 파트너사 연쇄 회동
최태원 회장은 1일 대만에서 개막한 ‘GTC Taipei 2026’에 직접 참석해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을 청취했다.
황 CEO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 양산 로드맵, 자율주행·산업용 로봇 등 피지컬 AI 플랫폼 확대, AI 팩토리 생태계 구축 방향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최 회장이 이 자리에서 AI 아키텍처를 함께 완성해 나갈 혁신 파트너로서의 방향성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2일 COMPUTEX 2026에서는 최 회장과 황 CEO가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나란히 돌아봤다.
황 CEO가 협력 전시물에 남긴 ‘JENSEN ♡ SK HYNIX’ 사인은 단순 공급·수요 관계를 초월한 양사의 파트너십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올해 2월 실리콘밸리 ‘치맥 회동’, 3월 GTC 2026에 이은 세 번째 공개 만남으로, 양사가 AI 인프라 로드맵을 공동으로 구체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3일에는 TSMC 웨이저자 회장과 2024년 6월 이후 2년 만에 양자 회담을 가졌다.
양사는 차세대 HBM 공동 개발과 첨단 패키징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기술과 TSMC의 파운드리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AI 밸류체인 내 공급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빅테크 맞춤형 ‘cHBM(Customized HBM)’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같은 날 폭스콘 류양웨이 회장과의 회동에서는 AI 서버·데이터센터 협력을 기본으로, 로봇·에너지 관리·배터리 기술 분야까지 협력 의제를 넓혔다.
■ HBM3E에서 3D DRAM까지, 3단계 기술 로드맵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GB300’에 HBM3E 36GB 12단 제품을 공급 중이다.
차세대 슈퍼칩 ‘Vera Rubin 200’에는 HBM4 48GB 16단과 AI 서버 특화 메모리 모듈 ‘SOCAMM2’를 탑재할 계획이며, HBM4E로의 세대 전환도 준비하고 있다.
COMPUTEX 전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nm)급 6세대(1c) 공정 기술을 적용한 ‘RDIMM(64GB)’, 액체냉각(DLC)을 지원하는 eSSD ‘PEB210 E1.S’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도 공개했다.
중장기 로드맵은 더욱 야심차다.
‘HBF(High Bandwidth Flash)’는 급증하는 AI 연산 데이터(KV Cache 등) 처리를 위해 초고속 전송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낸드 솔루션으로, HBM과 동일하게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을 적용해 성능을 극대화한다.
‘3D Stacked DRAM on Logic’은 SoC 등 로직 반도체 위에 D램을 수직으로 직접 쌓는 기술로, 데이터 통로(I/O)를 대폭 늘려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고 전력 효율을 높인다.
온디바이스 AI 등 차세대 AI 아키텍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핵심 카드로 꼽힌다.
■ cHBM 전략으로 락인 효과·고부가가치화 동시 노려
이번 행보의 핵심은 ‘cHBM 전략’으로 요약된다.
표준 규격 HBM을 대량 납품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함께 최적 솔루션을 만드는 구조로 전환하면 경쟁사와의 단순 사양 비교가 어려워지고 평균 판매 가격(ASP) 상승 여력이 생긴다.
SK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기술 기반에 폭스콘의 글로벌 제조·시스템 통합 역량을 결합해 AI 서버 시장에서도 추가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번 대만 행보를 통해 메모리 칩 납품사에서 AI 인프라 공동 설계자로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cHBM·HBF·3D Stacked DRAM으로 이어지는 기술 다각화가 중장기 경쟁 우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마이크론의 HBM 기술 격차 추격, 미·중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 대규모 설비투자(CAPEX) 부담, 빅테크 AI 투자 사이클 변동성 등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변수다.
HBM4 양산 본격화 시점과 TSMC 첨단 패키징 협력의 실질적 속도가 향후 실적을 가를 핵심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