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분석 Vol.156)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이라는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이 생산량 세계 1위에도 불구하고, 과잉 투자와 출혈 경쟁 속에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1위 외형적 성장 이면 과잉 투자·출혈 경쟁
과거처럼 정부 직접 개입 단기간 산업 재편 난관
중국 자동차 산업이 생산량 세계 1위에도 불구하고, 과잉 투자와 출혈 경쟁 속에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산업분석 Vol.156)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이라는 산업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이면에는 ‘내권(內卷)’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내권은 참여자들이 경쟁적으로 노력함에도 산업 전반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비합리적 상태를 뜻한다.
중국은 전기차 중심의 육성 정책을 통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지만, 과잉 경쟁과 수익성 악화라는 역설적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2024년 자동차 생산량 3,000만대를 돌파하며 17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BEV·PHEV) 생산량은 세계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반면에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과잉 투자와 출혈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권 현상은 세 단계에 걸쳐 심화됐다.
첫 번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의 보조금 기반 성장기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연평균 67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통해 기술 개발과 생산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정책은 수요 진작보다 생산 능력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두 번째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의도된 시장 팽창기다. 정부는 외자 지분 제한과 신규 공장 승인 요건을 폐지하며 시장을 확대했고, Tesla가 단독 공장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 지방정부들은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2019년 기준 500개 이상의 완성차 제조사가 난립했다.
세 번째는 2023년 이후의 가격 전쟁 격화기다. Tesla가 모델 3와 Y의 가격을 최대 9% 인하하자, BYD는 ‘전기차=내연차 가격’이라는 전략으로 맞섰다. 이후 ‘전기차가 기름차보다 싸다’는 슬로건까지 등장하며 주요 기업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4년에는 227개 모델이 가격을 인하했고, 2025년에도 9월까지 112개 모델이 가격을 낮췄다.
이러한 과잉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며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저하시켰다. 2024년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약 5,507만 대에 달하지만 내수 판매량은 2,690만 대에 그쳤다.
수출을 포함해도 2,000만 대 이상의 유휴 설비가 존재한다. 평균 가동률은 72.2%에 불과하며, 전체 제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50% 내외로 추정된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판매가격은 2021년 3.1만 달러에서 2024년 2.4만 달러로 21% 하락했고, 업계 수익률은 2017년 8%에서 2024년 4.3%로 감소했다.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며 내권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반(反)내권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한 기업은 약 15개에 불과하다는 전망 속에서, 정부는 보조금 축소와 산업 질서 확립을 통해 시장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는 전기차를 전략산업에서 제외했고, ‘반부정당경쟁법’과 ‘자동차 안정 성장방안’ 등을 통해 출혈 경쟁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정부가 직접 개입해 단기간에 산업을 재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상징성과 세분화된 시장 구조, 지방정부의 생존 지원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 산업의 내권 해소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들은 간접적 가격 경쟁, 위탁 생산, 신흥시장 수출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저수익 환경 속 생존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