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화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BM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는 다이 사이즈 증가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본딩, 정밀 얼라인, 플라즈마 활성화, 검사·계측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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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철 씨티그룹 전무
메모리 커스텀 제품 진화, 가치 평가 방식·산업 구조 변화
하이브리드 본딩 등 후공정 기술 핵심 경쟁력으로 급부상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화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세철 씨티그룹 전무는 지난 2월 11일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기자간담회에서 ‘Semiconductor Market Outlook’을 주제로 발표하며, AI가 반도체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 전무는 반도체 산업의 역사적 흐름을 짚으며 “PC, 인터넷, 모바일을 거쳐 이제 AI가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PC와 인터넷, 모바일 시기에도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AI 시대에는 병렬 연산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수화되면서 메모리와 컴퓨팅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메모리와 로직의 물리적 거리 축소다.
기존 폰 노이만 구조에서는 CPU와 메모리가 분리돼 순차 연산을 수행했지만, AI 환경에서는 GPU·TPU와 메모리가 밀접하게 결합돼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로 인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서버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 전무는 엔비디아가 CES에서 발표한 ‘KV 캐시(Key-Value Cache)’를 사례로 들며, AI 모델 효율화를 위한 기술이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KV 캐시는 연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지만, 대규모 AI 모델이 확산되면서 HBM을 넘어 DDR, SSD, 나아가 스토리지 영역까지 메모리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도체 시장은 ‘집중과 분산’을 반복하는 컴퓨팅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다.
메인프레임에서 PC로, 다시 서버로 이동했던 컴퓨팅은 현재 AI 서버에 집중돼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 퍼스널 AI 등 엣지 디바이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 전무는 “서버 중심 AI 혁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2028년 이후에는 스마트폰, 로봇, 웨어러블 등으로 AI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측면에서는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HBM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는 다이 사이즈 증가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본딩, 정밀 얼라인, 플라즈마 활성화, 검사·계측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공정과 후공정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양 공정 간 협업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AI 확산으로 메모리는 더 이상 단순한 커머디티(commodity)가 아니라, 용도에 따라 설계되는 세미 커스텀(custom)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메모리 시장의 가치 평가 방식과 산업 구조도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AI 시대를 대비한 기술 혁신과 생태계 전반의 전략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