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용 GPU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이끄는 엔비디아는 자체 Arm CPU와 풀스택 플랫폼을 앞세워 컴퓨팅 구조 전체를 재편하려 하고, 리사 수 CEO가 이끄는 AMD는 x86 호환성과 개방형 생태계를 무기로 고객의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희만 AMD AECG Korea 세일즈 대표가 ‘AMD x86 Embedded Solution Day’에서 AMD 라이젠 임베디드 APU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있다.
Arm 수직통합·x86 개방 생태계, AI 시대 컴퓨팅 주도권 놓고 정면충돌
AMD, 엣지 서버·산업 제어·안전·비용 민감형 추론 시장에서 점유율 넓혀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센터용 GPU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이끄는 엔비디아는 자체 Arm CPU와 풀스택 플랫폼을 앞세워 컴퓨팅 구조 전체를 재편하려 하고, 리사 수 CEO가 이끄는 AMD는 x86 호환성과 개방형 생태계를 무기로 고객의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6월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GTC 타이베이’에서 AI 시대의 핵심을 ‘에이전트 중심 컴퓨팅’으로 규정했다.
앞으로 컴퓨터의 주요 사용자가 사람이 아니라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CPU부터 네트워킹, 스토리지,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자사 기술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Arm 기반 자체 CPU ‘베라’, 랙 단위 AI 슈퍼컴퓨터 ‘베라 루빈’, PC용 슈퍼칩 ‘RTX 스파크’를 공개했다.
반면 AMD가 10일 서울에서 연 ‘AMD x86 Embedded Solution Day’의 메시지는 정반대였다.
AMD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공장 엣지 장비까지 같은 x86 코드가 이어지는 ‘x86 연속성’을 강조했다.
아키텍처를 바꾸는 순간 고객은 코드 재작성, 재컴파일, 검증 비용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판단이다.
AMD는 ROCm과 HIPIFY 등 오픈소스 기반 소프트웨어 도구를 내세워 엔비디아 CUDA 생태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수직통합에 가깝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베라 CPU로 x86 서버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PC에서는 RTX 스파크로 온디바이스 AI 에이전트 시장을 노린다.
로봇 영역에서는 월드 모델 ‘코스모스 3’,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와 ‘아이작’, 로봇용 컴퓨터 ‘젯슨 토르’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는다.
훈련, 시뮬레이션, 배포가 모두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AMD의 전략은 수평 개방에 가깝다.
CPU, GPU, NPU, FPGA를 모두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워크로드별 최적 칩을 조합하되,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제안한다.
특히 AMD는 임베디드와 산업용 시장에서 강점을 부각한다.
FPGA와 어댑티브 SoC를 활용해 로봇의 모터·센서 제어를 분산 처리하고, 기능안전과 장기 공급을 중시하는 산업·자동차·의료 시장을 겨냥한다.
피지컬 AI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피지컬 AI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AI가 물리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제로 행동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이를 ‘데이터와 지능의 문제’로 본다.
로봇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면 대규모 합성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강력한 온보드 AI 두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와 로보택시 같은 범용 지능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AMD는 피지컬 AI를 ‘제어와 안전의 문제’로 정의한다.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장비가 오작동하지 않으며, 일부 시스템이 멈춰도 안전하게 동작하려면 중앙 두뇌보다 신경계 전체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MD는 브레인, 스파인, 센서·조인트로 로봇 구조를 나누고, 각 영역에 APU와 FPGA, 어댑티브 SoC를 배치하는 분산형 접근을 내세운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엔비디아는 LG그룹, 두산그룹 등과 협력하며 자사 레퍼런스 아키텍처 안으로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생태계 편입형’ 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AMD는 삼성전자와 EPYC 기반 vRAN을 시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는 공통 표준 레이어에서 협력하는 등 ‘수평 파트너형’ 접근을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베라 루빈, RTX 스파크, 젯슨 토르로 이어지는 제품군과 CUDA 중심 생태계의 장악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AI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고객의 멀티벤더 요구와 락인 피로감도 커질 수 있다.
이 지점이 AMD의 기회다.
결국 승부는 한쪽의 완승보다 계층별 분할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프런티어 AI 훈련, 대규모 시뮬레이션, 로보택시급 두뇌는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엣지 서버, 산업 제어, 안전 크리티컬 노드, 비용 민감형 추론 시장에서는 AMD가 점유율을 넓히는 구도다.
AI 반도체 전쟁은 이제 칩 성능 경쟁을 넘어, 누가 더 많은 산업을 자신의 컴퓨팅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의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