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력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EV) 전동화가 실리콘카바이드(SiC) 수요를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실제 전력 반도체 수요로 연결
단순 소자 성능에서 시스템 통합 역량으로 이동
2026년 전력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EV) 전동화가 실리콘카바이드(SiC) 수요를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TechInsights Power Digest 2026년 4·5월 자료에 따르면, 전력 반도체 업계는 GaN 제품 출시, SiC 고전압 모듈 경쟁, 전력관리 IC(PMIC) 고도화,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실적 반영이다.
온세미(onsemi)는 2026년 1분기 매출 15억1,300만 달러, 비GAAP 총이익률 38.5%를 기록했으며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분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울프스피드(Wolfspeed)도 2026 회계연도 3분기 매출 1억5,020만 달러를 기록했고, AI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에서 약 30%의 순차 성장을 보였다.
나비타스(Navitas)는 고전력 시장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860만 달러로 18% 증가했고, 인피니언(Infineon)은 2026 회계연도 분기 매출 38억1,200만 유로와 17.1% 마진을 기록하며 연간 가이던스를 160억 유로 이상으로 높였다.
이는 AI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장기 기대 요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전력 반도체 수요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echInsights의 2026년 전력 시장 전망도 AI 데이터센터 워크로드 증가가 전력 변환 한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효율과 전력밀도 요구가 SiC와 GaN 채택을 촉진한다고 분석한다.
기술별로는 GaN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는 서버 전원공급장치, EV 충전기, 산업용 모터 구동을 겨냥한 GaN 게이트 드라이버를 출시했고, 5월에는 700V GaN 트랜지스터와 게이트 드라이버, 컨트롤러를 5×6mm QFN 패키지에 통합한 VIPerGaN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노사이언스(Innoscience)는 NVIDIA MGX 생태계를 겨냥한 올-GaN 아키텍처와 12kW급 800V-48V LLC 컨버터를 시연했다.
EPC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을 겨냥한 100V 통합 GaN 파워스테이지 IC를 공개했다.
다만 GaN 시장에는 지식재산권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노사이언스가 인피니언의 GaN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60일간의 대통령 심사를 조건으로 수입 및 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이는 GaN이 본격 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특허와 라이선스가 공급망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iC 시장은 고전압 모듈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인피니언은 1,500V DC 링크를 지원하는 2,300V CoolSiC 모듈과 최대 205°C 연속 운용이 가능한 1,300V HybridPACK Drive SiC 모듈을 내놨다.
울프스피드는 4세대 3.3kV SiC 모듈을, 마이크로칩은 AI 데이터센터용 고체상태변압기(SST)를 겨냥한 3.3kV HV-D3 mSiC 모듈을 출시했다.
로옴(ROHM)은 이전 세대 대비 온저항을 약 30% 낮춘 5세대 EcoSiC MOSFET을 발표했으며, 자동차 트랙션 인버터와 온보드 충전기, AI 서버 전원공급장치를 주요 적용처로 제시했다.

▲로옴이 차량용 전동 시스템과 AI 서버, 데이터센터 전원 등 대전력 응용처를 겨냥해 개발한 제5세대 실리콘카바이드(SiC) MOSFET(사진 : 로옴)
SiC 수요처도 다변화되고 있다.
온세미는 중국 태양광 인버터 및 그리드 규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업체 Sineng Electric과 협력해 EliteSiC MOSFET 및 전력 통합 모듈을 멀티 메가와트급 재생에너지 설치에 적용하는 설계 승인을 확보했다.
Yole Group도 Power SiC 시장이 AI 데이터센터, 800V EV, 재생에너지 시스템에 힘입어 2031년 11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PMIC와 전력관리 IC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TechInsights 역설계 목록에는 삼성 갤럭시 S26+용 PMIC, 화웨이 메이트 80 프로 맥스용 하이실리콘 PMIC, MPS 서버·컴퓨팅 코어 레귤레이터, onsemi 650V GaN 스위치와 드라이버, STM MasterGaN6 등이 포함됐다.
이는 전력 반도체 경쟁이 단순 소자 성능에서 드라이버, 센싱, 보호회로, 패키징을 포함한 시스템 통합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2026년 전력 반도체 시장의 핵심은 “누가 더 좋은 소자를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AI 데이터센터, EV,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최적화된 전력 시스템을 제공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GaN은 고주파·고집적 전력 변환에서, SiC는 고전압·고전력 인프라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전력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시험대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