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전력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이 SiC, GaN 등의 와이드밴드갭(WBG) 반도체로 옮겨가고 있다. 와이드밴드갭 전력반도체 시장에서는 TI, 인피니언, ST, 온세미, 울프스피드, 로옴 등 핵심 플레이어로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기술 개발 및 생산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에 와이드밴드갭 반도체 시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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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세미의 수직(Vertical) 구조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전력 효율·시스템 크기·열 관리·총소유비용까지 한꺼번에 바꾸는 대안 급부상
TI·인피니언·ST·온세미·울프스피드·로옴 등 핵심 플레이어 각광 시장 이끌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도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선 것이 바로 와이드밴드갭(WBG) 반도체다.
실리콘(Si)보다 더 높은 전압·온도·스위칭 주파수에서 동작할 수 있는 WBG 반도체는 대표적으로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으로 나뉜다.
최근 업계가 이들 소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차세대 기술’이어서가 아니라, 전력 효율과 시스템 크기, 열 관리, 총소유비용까지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WBG 반도체의 가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전력 변환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데 있다.
인피니언은 SiC와 GaN 기반 WBG 기술의 장점으로 더 높은 전력 효율, 더 높은 전력 밀도, 더 높은 동작 온도, 더 높은 스위칭 주파수, 그리고 시스템의 소형화·경량화와 비용 절감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같은 전력을 다루더라도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적은 손실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력 비용이 수익성과 직결되는 데이터센터,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가 경쟁력인 전기차, 그리고 고효율이 필수인 산업용 전력장치에서 곧바로 시장성으로 연결된다.
다만 WBG 시장은 하나의 기술이 모든 영역을 대체하는 구조가 아니다.
SiC와 GaN은 각자 강점이 뚜렷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따르면 SiC는 최대 1,200V급과 높은 전류 처리에 적합해 자동차 트랙션 인버터, 고출력 태양광, 대형 그리드 컨버터 같은 고전압·고전력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GaN은 일반적으로 600V급을 중심으로 더 빠른 스위칭과 높은 전력 밀도를 구현하는 데 유리해 서버, 통신 전원, 산업용 전원, 고속 충전기, EV 온보드 충전기(OBC), DC/DC 컨버터 등에 적합한 것으로 제시된다.
결국 향후 시장은 ‘SiC 대 GaN’의 단순 경쟁이 아니라, 용도와 전압 영역에 따라 두 기술이 병행 확산되는 구조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을 이끄는 기업 구도도 뚜렷해지고 있다.
SiC에서는 TI, 인피니언, ST, 온세미, 울프스피드, 로옴이 반복적으로 핵심 플레이어로 언급된다.
특히 Yole Group은 ST, onsemi, Wolfspeed, Infineon을 주요 SiC 기업으로 지목하며, 이들이 내부 웨이퍼 제조와 모듈 생산을 강화하는 수직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GaN에서는 TI, ST, Infineon, ROHM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특히 인피니언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구조에서 SiC와 GaN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동차 전장과 전기차 충전, 풍력·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전환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 전망도 이 같은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Yole Group은 전력용 SiC 시장이 2029년에 1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고, 전체 전력전자 시장은 2023년 238억 달러에서 2029년 35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SiC 시장이 단기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지만, 같은 자료는 이를 ‘단기 조정’으로 규정하며 2026년 이후 반등 가능성을 언급한다.
즉, WBG 시장은 일시적 업황 변동과 무관하게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의미다.
GaN의 성장 속도는 더 가파르다.
Yole Group 기반 보도에 따르면 전력용 GaN 시장은 2024년 3억5,50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3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42%에 달한다.
초기 시장은 모바일 충전기와 소비자 전원 시장이 이끌었지만, 향후 핵심 무대는 데이터센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같은 자료는 GaN이 3kW 이상 전원공급장치(PSU)에 적합하며, AI 서버와 통신 인프라 확대로 데이터센터가 GaN의 ‘황금 시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가 TI, Navitas, Infineon, Innoscience, onsemi 등과 함께 800V HVDC 전력 구조에 GaN을 통합하려는 흐름도 소개된다.
이는 AI 인프라 확대가 곧 GaN 상용화의 가속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중요성 역시 분명하다.
SiC는 이미 자동차 메인 인버터와 고출력 충전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고, Yole Group 관련 자료는 400V BEV가 현재 가장 큰 SiC 수요처이며 800V 아키텍처 전환이 수요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
GaN은 아직 EV의 메인 구동계보다 온보드 충전기와 DC/DC 같은 보조 전력변환 영역에서 더 유력하지만, LiDAR와 차량용 전원 설계에서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 자동차 산업은 SiC의 대형 시장을 지탱하는 기반이자, 동시에 GaN의 차세대 성장 무대로도 작동하고 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Yole Group은 SiC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가격 하락, 수율과 웨이퍼 품질 문제, 6인치에서 8인치로의 전환 부담을 주요 변수로 지목한다.
반면에 이런 변수는 오히려 시장이 초기 실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대량생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향후 WBG 반도체의 진짜 중요성은 ‘좋은 기술’이라는 평가에 있지 않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WBG는 앞으로의 반도체 시장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다.